봄기운이 완연한 주말이었습니다. 홍대에 들렀다가 팥빙수가 맛있는 경성팥집 옥루몽을 들렸어요. 국대떡볶이의 옛날빙수를 좋아하는데, 겨울이어서 그런지 제가 갔던 지점들은 모두 팥빙수 판매를 안하고 있더라구요.

 

 

예전에는 유리 안쪽 가마솥에서 직접 팥죽을 끓였던거 같은데, 지금은 가마솥들이 놀고 있어요. 주방안쪽에서 만들어져 나오나봐요. 왕십리 점은 아직도 보이는 곳에서 가마솥에 직접 팥죽을 끓여주니, 더 믿음이 갑니다.

 

 

메밀차를 마시며 팥빙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개에 8000원입니다. 슬러시된 우유와 팥, 그리고 찹쌀떡 재료는 단순해요. 단순한 재료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얼음이 씹히지 않는, 첫눈같이 부드러운 빙수가 너무나 좋습니다. 진동벨과 함께 주문서를 받아서 갖고 있었어요. 주문서를 왜 우리 주는거지? 나중에 음식과 교환하나? 그럼 진동벨은 뭐야?라는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채 수다삼매경에 빠졌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빙수가 안나오는거에요.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도 다 먹고 나가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주방에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음식 빨리달라고 떼쓰는, 교양없는 손님처럼 보일까봐 물어보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암튼 알고보니 주방으로 가야할 주문서가, 알바의 실수로 저희에게 주어진 거더군요.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며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알바분이 미안해하며 주문하지 않은 팥죽도 한그릇 무료로 가져다 주셨어요. 혹시 그분 월급에서 공제되는건 아니겠죠? 감사하고 괜히 미안한 맘이 들고 그랬네요. 팥빙수 먹을땐 팥죽이 먹고 싶고, 팥죽 먹을땐 팥빙수가 먹고 싶은데,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함께 갔던 엄마와 이모님도 너무 맛있다며, 좋아하셨어요. 언제가도 늘 맛있고 기분 좋은 옥루몽입니다.

+ Recent posts